오 늘 을   위 한   노 스 텔 지 어




노스텔지어와 음악 _ 신문선


노스텔지어Nostalgia 는 그리스어로 ’집으로 돌아가다‘는 뜻을 가진 단어 nóstos 와 ’고통‘이란 뜻의 álgos 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1688년 스위스 학자 요하네스 호퍼Johannes Hofer 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고향 향‘ 자에 ’근심 수‘ 자를 쓰는 한국어 ’향수‘로 번역이 되는 이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장소와 관련이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한 기간에 대한 감상적인 갈망이라는 의미로 자주 쓰이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노스텔지어는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처연함 또한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음악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 들었던 음악을 듣는 것은 감정을 포함한 과거의 기억을, 그러니까 노스텔지어의 심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스텔지어가 아주 일반적인 판매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더욱 두드러지는 컴필레이션과 리마스터 앨범의 발매, 과거 작품의 커버와 리메이크 뿐만 아니라 LP판매량이 CD판매량을 넘어섰다는 2022년의 통계 결과는 음악 소비/청취자들에게 있어서 노스텔지어가 음악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현대음악에서의 노스텔지어는 어떨까?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미화된 기억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그래서 낭만시대의 중심 심상이었다고 할 수 있을 노스텔지어와 지금까지 있었던 것들의 경계를 넘어서 내가 모르는, 경계선 바깥의 무언가를 지향하는 현대음악의 정신은 –그런 것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 – 서로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전곡 초연 곡들로 채워질 본 공연에 <오늘을 위한 노스텔지어> 라는 제목은 사실 아주 도전적이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보면, 바흐에서 바레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을 인용해 테이프로 그 파편들을 아주 순간적으로 재생시켜 가며 사실은 지휘자의 동작이 작품의 중심인 ’무언의 음악‘ 을 완성해 나가는 디터 슈네벨Dieter Schnebel의 솔로 지휘자를 위한 <보이는 음악 II. 향수>visible music II. Nostalgie. Solo für einen Dirigenten (1960) 의 경우나, 여러 우연적 녹음들과 함께 각 악장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미분음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발견할 수 있는 루이지 노노Luigi Nono의 바이올린과 8트랙 테이프를 위한 <The Nostalgic Utopian Future Distance>La lontananza nostalgica utopica futura (1988/89) 의 경우 등과 같이 노스텔지어는 현대음악에서 1. 작품의 테마를 위한 문학적 소재로서, 2. 과거 음악의 인용으로서 혹은 과거 형식/기법의 사용으로서, 3.(굳이 ’과거‘의 것이 아니더라도 애초에 그 존재적 특성상 현재의 소리현상보다는 과거의 것일수밖에 없는) 녹음 혹은 라디오의 사용, 4. 의도적으로 열화 시킨 음질의 전자음악 혹은 음정을 떨어트린 악기의 사용으로서 생각보다 자주 발견되고 있다.


본 공연의 몇몇 작품에서도 노스텔지어가 중심 테마 혹은 장치로서 등장한다. 비록 노스텔지어가 기본적으로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감정이고 그 작품들에서의 노스텔지어 또한 작가들의 개인적 경험이나 감정을 바탕으로 한 것일지라도 작품 안에서 우리 모두의 감정을 관통하는 일종의 객관적 노스텔지어가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노스텔지어와 큰 관련이 없는 작품에서도 누군가는 개인적 이유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듣는지는 오롯이 청자의 몫이다.

#1

2023년 7월 29일 토 19시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숲












2023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주최·주관 프로젝트 앙상블 모프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Programm

임찬희 Chanhee Lim

:|| be(ing) ||: (2023)*

for recorder, bass clarinet, amplified objects and live electronics



정세훈 Saehoon Chung

슈만 어린이 정경 Schumann Kinderszenen (2023)*

for recorder, clarinet (+bass cl), percussion, piano and string quartet



이아름 Areum Lee

상수리나무 (2023)*

for amplified contrabass paetzold in F, video and electronics



훌리오 주니가 Julio Zúñiga

BATMAN (2023)*

for contrabass paetzold in F, percussion, viola, cello and electronics



박정은 Jung-Eun Park

The Hand (2023)*

for string quartet, percussion and piano



*초연 premiere

Programm

#2

2023년 7월 30일 토 19시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숲

프로젝트 앙상블 모프


리코더 - 이효원

클라리넷 - 정나영

타악기 - 김아리, 진유영

피아노 - 황은아

바이올린 - 방세원, 양성금

비올라 - 이상민

첼로 - 서성은, 주윤아


지휘 - 전지은



예술기획 - 임찬희

기획 및 평론 - 신문선

이의경 Ui-Kyung Lee

Das zweite Land ; A Song For All (두번째 땅 ; 모두를 위한 노래) (2023)*

for electric violin, keyboard, e-drumpad with vibraphone, speaker, electronics and video



김요한 Yohan Kim

Unestablished Structures: Field of relations (2023)*

for string quartet



이덕빈 Deok-Vin Lee

Violinist Concerto (version with ensemble) (2023)**

for solo violin, unspecified instruments, amplified body sound, multiple violins, electronics, and light



이병무 Byung-moo Lee

하얀 길 The White Road (2023)*

for ensemble and electronic sound



니콜라 쿤 Nicolas Kuhn

Oberst Minitinovich vom Gradiskaner Regiment klagt über die schlechte Eßlust der Würmer, über gähe Witterungsverhältnisse, wilde Gelsen, Wespen und Fliegen (그라디스칸 연대의 미니티노비치 대령은

벌레들의 식욕 부진, 악천후, 야생 모기, 말벌 및 파리에 대해 불평합니다) (2023)*

for fixed media with 5 instruments and 3 small synthesizers



* 초연 premiere

** 개작 초연 revision premiere